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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 노산 초스피드 자연분만 출산후기

by 엄마티라노 2021. 12. 12.

39살 노산 초스피드 자연분만 출산 후기

 

첫째를 34살에 낳고 외동 확정으로 첫째 6살 때까지 옥이야 금이야 키우다가 내 나이 마흔이 다돼가는 38 짤 겨울에 둘째가 찾아왔다.
둘째 계획을 하고 딱 세 달만 노력해보고 안되면 그냥 첫째만 물고 빨고 살아야지 했는데 내 팔자에 애가 또 있었던 건지 마지막 노력한 달.. 전우로써 살아온 우리 부부가 부부의 임무를 다하고 한.. 열흘쯤 흘렀을까 희미한 임테 기선으로 그렇게 우리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
임신기간은 정말 슈퍼 다이내믹 스펙터클 미션 임파서블 한 이벤트들이 정말 많았는데 고생했던 일들이니 모드 과감히 패스하고 출산 당일로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자.

 


임신기간 중 맥 수술을 했기에 실을 풀고 언제 경부가 열려 초스피드로 아기가 나올지 몰랐기 때문에 주치의가 겁을 줘서 날을 잡고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출산 당일 집을 나서면서 첫째를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질질 짜면서 병원에 도착했다.
도착했을 때가 아마 오전 9시 20분? 정도였던 거 같다.
도착해서 바로 분만실 카운터에서 이것저것 사인을 하고 가족분만실로 향했다.

가족분만실은 하얬다. 그 영화에서 보면 정신병동에 새하얀 병실에 침대 하나 덩그러니 있는 거처럼 가족 분만실도 비슷했다.
이따가 정신병자처럼 소리를 지를 수 있겠다 싶었다.

간호사가 들어와 속옷을 모두 탈의하고 산모 가운을 주면서 갈아입으라고 했다.
한번 낳아봤다고 아직까진 음청 여유로웠고 앞으로 다가올 굴욕이라 불리는 그것들도 두렵지 않았다.

일단 내진을 먼저 해보겠다고 숙련된 간호사가 나보고 똑바로 누워 보라고 했다. 장갑을 끼고 밑에를 여기저기 휘젓는 거 같았는데 진짜 느낌이 손하나를 다 집어넣은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3센티가 열렸고 경부 입구도 부드러워지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그래 진행이 잘되고 있군. 혼자 속으로 의사 빙의가 되어 이 모든 걸 12시 안에 클리어해야겠다고 똥꼬와 결의를 다졌다.

 


내진을 마친 간호사는 이제 관장약을 넣어줄 테니 10분 참고 응가를 하라고 했다. 최대한 참다가 꼭 싸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내진을 하면서 보니 똥이 아주 많은 게 느껴진다고.
내가 임신기간 내내 악성 변비에 시달렸기에 아마 몸무게의 절반은 똥 무게라고 할 만큼 진짜 배에 가득 찼을 거다. 출산 때 대참사를 면하고 싶으면 나는 꼭 10분을 참아야 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고 여기서 모든 걸 쏟아내야 한다.

간호사와 나는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나는 자세를 취하고 간호사는 내 똥꼬에 관장약을 넣어주고 홀연히 떠났다. 이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관장약을 참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관장약을 넣고 참는 그 10분. 그 공간만큼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3분 정도 억겁의 시간이 흐르고 부글부글 똥들이 앞다투어 입구로 모이고 있다. 아직 7분을 참아야 하는데... 나올것들이 많기에 더 참아야하는데..
혹시 모를 대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링거줄을 끌고 일단 화장실로 갔다.

팬티를 내리면 그냥 팬티와 함께 화장실 바닥으로 똥들이 자유낙하를 할 것 같아 일단은 변기 앞에서 참아보기로 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참을 수 없다.
슬픈 생각.. 첫째 생각을 해보자.
아아아아.. 아아아 아악..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안 되겠다. 나의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얼른 변기 위에 앉았다..
앉는 속도보다 그것들의 자유낙하속도가 더 빨라서일까.. 애 낳으러 왔다가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다..

 


5분밖에 못 참아서인지 생각보다 많이 나오지 않아 불안감이 엄습했다. 화장실 바닥청소를 하고 침대로 와서 누웠다. 분명 링거를 꽂으면서 촉진제도 넣었다고 했는데 아무런 소식이 없다.
진통 세기는 99를 찍고 있는데 배는 전혀 소식이 없다.
촉진제를 9시 45분쯤 넣었고 11시 10분 정도까지 아무런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간호사와 무통주사를 맞을지 안 맞을지 100분 토론급으로 심도 깊은 토론을 벌였고 결국엔 고통을 고스란히 100프로 느끼면서 빨리 낳기로 했다.
무통을 맞으면 진행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고 경산이기 때문에 아기가 빨리나 올 수도 있다고 해서 고통의 한계에 도전하기로 했다.

12시 전에는 낳고 싶었는데 미션 임파서블이 될 것인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11시 20분 내진을 했다. 6센티 정도 열렸다고 하면서 밑에를 어찌나 휘젓는지 무슨 교향악단 지휘하는 줄...
줄줄... 앗.. 익숙한 그것... 양수가 터졌다..
줄줄줄줄 계속 흘러서 양수 터트린 거냐고 물었다.
터트린 거 아니고 그냥 터진 거라고 한다.
그래 그렇게 휘저었으니 안 터지고 배기겠나...

언니와 동생이랑 이때까지 양수 터졌다고 신나게 톡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간호사는 갑자기 제모를 해야 한다며 밑에를 아주 싹싹 제모를 하더이다.
분명 첫째 때는 살짝만 제모를 했는데 여기는 윗부분 조금만 남겨놓고 그 밑으로는 시원하게 밀어버리더라.

보기엔 다소 민망하겠지만 머 내 눈으로 보질 않으면 되니 간호사의 손에 모든 걸 맡겼다. 양수가 터지고 5분 정도 지났을 때부터 윽 소리가 나는 진 진통이 시작됐다.
언니와 동생이랑 나누던 나의 대답은 점점 단답이 되어가고 간호사는 힘주기 시작하자고 했다.

 


내가 경산이라 그랬을까... 간호사는 진통 올 때 힘을 주라는 소리만 하고 힘주기는 오로지 혼자 내 느낌대로 했다. 그러는 동안 간호사들은 분주히 다리 걸기에 내 다리를 양쪽으로 올리고 팔에 끼는 토시같이 생긴 것을 양쪽 다리에 끼었다.

그러면서 진통이 오면 똥 누듯 힘을 주라는 소리만 반복한다. 그래. 원하는 대로 힘줘주마.
아랫배가 미치도록 아프기 시작할 때 그 아픔을 이기려고 똥꼬에 힘을 엄청 주었다..

읭?? 응? 읭? 머지..?
부글부글 거리면서 무슨 거품 같은 느낌? 무스가 나오는 느낌으로 똥꼬에서 거품이 나오는 것 같았다... 처음엔 먼가 싶었는데.. 아 맞다...
아까 다 나오지 못한 숙성된 똥들이었다.
타짜와도 같은 손길로 잽싸게 닦아내는 간호사의 손길이 나의 부끄러움을 감춰주었다.
배가 너무 아파서일까 냄새는 안 나서 아주 다행이었다.

진진통은 진짜 너무 아프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도 부족하고 너무 아프다의 십만 제곱 정도? 아랫배는 그대로인데 찢어지고 있는 거 같은 고통? 그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혼자 아 너무 아픈데? 를 계속 반복하며 힘주기를 했다.

그렇게 혼자 힘주기를 한... 세 번 하고 있을 즈음 의사 호출하라는 암흑 속에 한줄기 빛 같은 소리가 들렸다.
힘주기 3번이 글로 쓰면 저리 간단하지만 생사를 오가며 배가 찢어질듯한 고통 속에서 속으로 쌍욕을 울부짖으면서 어서이고 통이 끝나기만을 바라는 정말 간절하고도 간절한 마음과 몸부림이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자분한 사람들은 알겠지..

의사가 오고 또 한 번의 진통이 왔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힘이 없다. 이번이 꼭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배가 찢어질듯한 아픔과 동시에 머리는 아랫배를 쳐다보며 밑으로는 있는 힘을 다해 힘을 줬다.

첫째도 그랬지만 둘째도 아기가 나오는 느낌을 나는 못 느꼈다. 의사 선생님한테 머리 나왔냐고 내가 물어봤다.
머리가 나왔단다.. 아.. 이제 끝이다.. 진진통이 온 지 24분 만이다.
머리만 나오면 거의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나의 마지막 출산이 이제 끝이 나고 있었다. 아기가 다 나온 뒤 옆으로 옮겨지고 입안과 콧속에 있는 양수를 빼냈다. 너무 예쁜 내 딸이 태어났다.

그래 이제 내 임무를 다했으니 편히 조리원으로 가야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밑에서는 후처치를 하느라 아주 분주했다. 근데...
후처치가 너무 요란하다.. 밑에를 또 휘젓고 있다.
소변줄도 연결하고? 응? 자연분만인데 웬 소변줄?

의사 선생님이 간호사에게 마취를 어서 준비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머지.. 지금 막 아기를 낳았는데 밑을 또 휘젓고 있으니 정신도 없고 아파서 마취라도 빨리해달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마취로 정신을 잃고 살짝 정신이 돌아왔을 때 의사쌤은 경부가 찢어져서 지혈이 안되고 있으니 빨리 대학병원으로 이동해야 한단다.
이곳은 수혈할 수 있는 혈액도 없을 뿐더러 색전술이란 것도 할 수도 있고, 그걸로도 지혈이 안되면 자궁을 들어내야 한다고 정신없는 나에게 어서 빨리 큰 병원으로 갈 준비를 하라 한다.

 


하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더니..
부랴부랴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송이 되는 응급차 안에서 밑에선 울컥울컥 피가 나오지 잠은 계속 오지. 아 이러다 요단강 건너겠구나 생각했다.
혼자 계속 아 졸려 졸려를 수백 번 반복하면서 병원에 도착했고 응급실 한귀탱이에서 하염없이 대기했다.

내가 의식이 있고 말을 곧 잘해서 그런지 간단한 개인정보만 묻고 하염없이 대기했다.
빌어먹을...
한 30-40분 기다렸나.. 코로나 검사를 한 후 분만실로 옮겨가 지혈 상태를 본다며 사정없이 휘젓는다.
아주 만신창이다... 미안하다. 그곳아....

다행히 지혈이 되고 있어서 수혈이나 색전술 따위는 안 해도 되지만 지혈 상태를 지켜봐야 하니 입원을 하란다.
그러고 지혈 거즈를 넣어둔다고 했다.

갓난쟁이를 두고 다른 병원에 입원을 한다는 게 너무 마음에 걸려서 입원 안 하겠다고 하고 아이를 낳은 병원에서 상태를 지켜보면 안 되냐 했더니 안된단다.
하아.. 스트레스 가득이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어쩔 수 없이 혼자 격리실에 입원을 하고 나오는 피의 양도 내가 무게를 재가며 확인해야 했다. 소변줄까지 하고 엉기적거리면서 저울에 걸어가서 재고 기록을 하고.. 아주 스펙터클하다.

그렇게 오전 9시에 출발해서 산부인과에 간 후 저녁에 다른 병원에서 저녁밥을 먹게 될 줄이야.,
다행히 미역국은 주더라.. 근데 산모패드를 안주더라..
피가 나오는데 산모패드를 안 줘.. 내가 갖고 간 생리대를 하고 있다가 안 되겠다 싶어 간호사에게 부탁하니 어디서 겁나 큰 성인기저귀?를 두 개 가져다주더라. 대학병원이라 이런가 싶기도 하고.. 암튼 어서 퇴원하고 싶은 맘뿐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다행히 지혈이 거의 다 되어서 퇴원 결정이 났다. 그전부터 계속 퇴원시켜달라고 떼를 쓰긴 했다. 퇴원하자마자 바로 아기를 보러 갔다.
에고.. 엄마 없이 하루를 보낸 내 딸..
같이 입원을 하자니 담날 바로 또 퇴원이고 아기를 데리고 조리원에 가자니 신생아 검사를 못했다고 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지만 우선 나 혼자 조리원으로 가게 되었다.
우리 딸과는 하루 뒤에 만나게 되었다.

 


임신기간에도 이벤트들이 많아서 많이 힘들었는데 출산 때까지 눈코 뜰 새 없이 정신없는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출산 진행과정은 정말 짧았지만 짧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내 마지막 출산이 마무리되고 지금은 출산한 지 백일이 훌쩍 넘어간다. 점점 잊혀가는 출산 때의 기억을 이렇게나마 기록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내 하나뿐인 딸내미와 심하게 장난꾸러기인 아들내미와 주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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